강제추행 연인 사이라도 성립 가능하다
By 엔케이 법률사무소
서린과 민재는 초등학교 동창이었습니다. 두 사람은 오랫동안 사이좋게 지냈으나 초등학교 졸업 후에는 만나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대학에서 재회한 두 사람은 금방 연인 관계가 되었죠. 하지만 서린은 유학, 민재는 군 복무로 두 사람은 헤어지게 되었습니다.
그로부터 10년 후, 어느 술집에서 우연히 마주친 두 사람. ‘이건 운명이다!’라는 생각에 둘은 자리를 옮겨 단둘이 술을 마시게 되었습니다.
민재는 마치 예전의 연인 사이 같은 기분이 들어 서린에게 기습적으로 키스와 스킨십을 했는데, 서린은 완강히 거부했습니다.
그러나 못내 아쉬웠던 민재는 계속해서 ‘성추행’을 했고 화가 난 서린은 민재를 강제추행으로 신고했습니다. 오랜 인연이자 연인이었던 두 사람은 강제추행의 피해자와 피의자의 신분으로 다시 만나게 되었습니다.
📌상식도 업데이트가 필요하다
예전에는 상식으로 통하던 일이 최근 들어서 상식이 아니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예전에는 서로 사귀는 연인 사이의 성적 관계는 법이 개입하는 부분이 거의 없었죠. 수단이 폭력적이거나 위압적이지 않는 한, 다소 강제적인 성관계도 용인해 주는 편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인식이 달라졌습니다. 연인 관계라 해도 ‘성폭행’, ‘강제추행’에 해당하는 행위를 한다면 성범죄로 취급하여 처벌합니다. 평소 스킨십 허용이 쉬운 연인이나 부부 사이에도 얼마든지 성범죄가 성립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연인 사이라도 성적 자기결정권을 존중해야
이렇듯 연인 사이의 성관계에 법이 개입하게 된 계기는 ‘사랑’으로 포장된 연인 사이의 폭행이나 괴롭힘이 사회적 문제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최근 신당역에서 일어난 여성 역무원 살인사건만 봐도, ‘데이트 폭력’이 얼마나 큰 사회적 이슈인지 알 수 있죠.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전국에서 발생한 데이트 폭력은 매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이고, 유형 또한 폭행, 상해, 감금, 협박, 살인, 살인 미수, 성폭력 등 다양합니다. “이렇게 하면 널 가질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라고 변명하기에는 너무한 사건들이 많은 것이죠.
특히, 아무리 연인 사이라도 강제추행과 같은 ‘성범죄’는 폭행이나 살인까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경각심이 필요합니다.
그중에서도 연인 간 사진·동영상 촬영은 특별히 주의하셔야 하는데요. 한번 유출된 성적인 동영상은 걷잡을 수 없이 퍼지기 때문에 연인이자 ‘피해자’에게 큰 상처를 남길 수 있습니다.
📌‘오해만 풀리면 괜찮겠지?’ 신속한 대응이 살 길!
성범죄 사건은 고소가 이루어질 경우 일단 수사에 착수하도록 현행 법은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연인 사이 혹은 부부 사이라도 피해자가 가해자를 성범죄로 고소한다면 수사를 피할 순 없습니다.
그러므로 ‘오해만 풀리면 괜찮겠지.’, ‘부부 싸움은 칼로 물 베기야.’라며 안주하는 사이, 사건은 통제 불가능할 정도로 커질 수도 있습니다. 정당한 피해 회복 절차를 밟거나, 원만한 합의 과정을 위해서라도 신속히 대응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주의하셔야 할 분들은 소위 말하는 ‘썸’ 단계에 있는 분들입니다. 그나마 연인은 정상참작의 여지라도 있지, 이 관계에 있는 사람들은 자칫하면 남남 관계가 되기 싶습니다.
즉, 분명히 썸을 타고 있었는데, 한순간에 ‘연인도 아닌데 성폭행을 한 가해자’ 신분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죠. 연애를 쟁취하려면 적극적일 필요가 있지만, 동시에 신중할 필요도 있음을 기억해야겠네요.
📌‘안전 이별’의 시대
요즘 MZ세대를 중심으로 유행하는 말 중 하나는 ‘안전 이별’입니다. 이별 과정에서도 여러 문제(폭력, 강간, 살인 등)가 생기다 보니 “뒤탈이 나지 않도록 안전하게 이별해야 한다”라는 의미를 가진 낱말이죠.
이러한 낱말의 유행은 ‘아무리 연인 간에도 지켜야 할 선이 있다’는 정서가 깔려 있음을 일깨워 줍니다. 연인 간에도, 부부 간에도 지켜야 할 건 지키자는 거죠. 여기에는 정서적인 부분도 있지만, 무엇보다 성적인 부분이 중요합니다.
상대방이 성관계를 하고 싶지 않다면 하지 않아야 합니다. 어떻게 보면 지극히 당연한 ‘상식’인데, ‘연인 사이에 그럴 수도 있지’ 라며 그동안 무심하게 넘어가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제는 법적으로 처벌 받을 수도 있는 시대이므로, 지켜야 할 선은 반드시 지키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