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피해자가 합의를 거부할 때 대처 방법
By 엔케이 법률사무소
민사 사건과 달리 형사 사건은 합의를 거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재산상, 생명상의 손해를 끼쳤기 때문에 피해자들이 ‘정의실현’의 명목으로라도 합의를 거부하는 것이죠. 성범죄도 마찬가지입니다. 성범죄 피해자들은 웬만해선 합의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성범죄 판결에 있어서 피해자와의 합의 여부는 처벌 수준이나 양형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피해자와 합의한다면 판결의 처벌 수위는 대폭 낮아집니다. 민사와 달리 처벌을 100% 피할 수는 없지만, ‘그럭저럭 감내할 수준’으로 받을 수는 있죠.
따라서 성범죄를 저질렀고 이에 대한 피의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면, 급선무는 피해자와 합의하는 일입니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이 성범죄 피해자들은 합의를 그다지 반기지 않으며, 섣불리 피해자에게 접근하여 합의를 종용할 경우 ‘2차 피해’로 혐의가 가중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피해자가 합의를 거부할 때는 침착하게 대처해야 합니다. 우선 피해자에게 직접 연락하거나 대면하는 일은 피하시고, 변호사를 선임하여 합의 의사를 전달합니다. 특히, 피해자는 심적으로 상처를 받은 상태이므로 최대한 완곡하게 표현해야 합니다.
만약 그럼에도 피해자가 합의를 끝내 거부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때부터는 조금 우회적인 방법을 통해 형을 감경 받을 수 있습니다.
🔸성범죄 피해자를 위한 ‘공탁금’ 제도
가해자가 진심으로 반성하며 성범죄 피해자에게 사죄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는데 도저히 피해자에게 연락할 수 없는 경우를 떠올려 봅시다.
피해자가 잠적했다면 가해자로서는 아무리 반성해도 그 진심을 전할 수도, 합의를 볼 수도 없겠죠. 즉, 가해자로서 난처한 경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만들어진 제도가 바로 ‘공탁금’ 제도입니다. 피해자 측과 연락이 닿도록 꾸준히 노력했음에도 피해자와 연락할 수 없는 경우 피해자(피공탁자)를 위해 피해금(위자료)을 재판부에 맡겨 놓는 제도입니다.
즉, “연락이 닿지 않는 피해자를 위해 혹시 재판부에서 연락이 닿거든 이 돈을 전해 주세요.”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공탁금 제도를 활용하면 피해자와 합의하지 않더라도 판결에서 어느 정도 정상참작을 해 주는 편입니다.
서울북부지방법원 2012.6.15. 선고 판결을 살펴 볼까요? 해당 판결에서는 피해자의 정신 장애 상태를 이용하여 피해자에게 성폭행을 저지른 가해자에 대해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판결함과 동시에 “피고인이 피해자를 위하여 700만 원을 공탁한 점”을 지적하며 징역 2년을 선고했습니다.
공탁금이 (합의까진 아니더라도) 판결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다만 공탁금 제도를 이용할 때는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공탁을 할 때는 피해자(피공탁자)의 주소를 첨부해야 하는데, 설령 피해자의 주소를 알고 있다고 해도 바로 적어서는 안 됩니다.
먼저 판사에게 공탁 의사를 밝혀야 합니다. 그럼 판사는 피해자에게 공탁 취지를 설명하여 피해자의 동의를 구하고, 피해자가 이에 동의할 경우 재판장은 가해자(공탁자)에게 회수제한신고서를 쓰게 합니다(공탁금에 대해 회수청구권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신고서).
이러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가해자가 피해자의 주소를 알고 있는 것을 계기로 공탁을 한다면 재판장은 공탁서를 정상참작으로 고려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공탁금 제도는 성범죄 피해자가 합의를 거부할 때 유용하지만, 역시 피해자가 동의하지 않을 경우 소용 없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2022년 12월 19일부터는 법이 개정되어 공탁 시 피해자의 인적 사항을 몰라도 사건번호만으로 공탁이 가능하게 되지만, 아직까진 불가능하죠.
결국 성범죄 재판에서 최대한 감형 받기 위해서는 실력 있는 변호사가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상황에 어울리게 합의와 공탁, 변론 등으로 적절한 법률 서비스를 종합적으로 제공해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성범죄 피해자가 합의를 거부하는 것이 고민이라면, 무엇보다 실력 있는 변호사를 선임하시는 것을 추천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