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사건 피의자가 탄원서를 작성하는 이유
By 엔케이 법률사무소
드라마나 영화에서 ‘존경하는 재판장님께’로 시작하는 글들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억울한 누명을 쓴 자식을 위해 부모가 지인들을 찾아다니며 탄원서를 받는 장면도 흔하게 볼 수 있는데요.
현실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어떻게든 실형을 피하거나 형량을 줄여보기 위해 피고인과 지인들은 필사적으로 탄원서를 씁니다. 진짜 효과가 있을까요?
📝 탄원서란?
먼저 탄원서의 뜻부터 짚고 가겠습니다. 탄원은 ‘사정을 하소연하여 도와주기를 간절히 바람’이라는 뜻으로, 탄원하는 글이나 문서를 탄원서라고 합니다. 탄원서에 따로 지정된 양식은 없습니다.
🏛️ 탄원서 법적효력은?
탄원서를 작성하는 것이 과연 효력이 있을까요? 탄원서의 공식적인 법적 효력은 없습니다. 형사재판의 제1순위는 객관적 증거자료이기 때문입니다. 탄원서는 증거로서 가치가 없는 것이죠.
서울고등법원의 한 판사는 “가까운 지인이 법정에 서면 우리나라 정서상 탄원서를 안 써줄 수 있겠느냐”며 “그 정도 가까운 지인이면 좋은 얘기만 골라 쓸 게 뻔하다”고 말했습니다. 탄원서에 지극히 ‘한국적인 문화’가 반영되었을 것이라며 탄원서의 효력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 그래도 검토의 여지는 있습니다
그렇다고 탄원서가 아예 무용지물은 아닙니다. “진정성이 담긴 탄원서는 양형에 반영될 여지가 있다.”, “탄원서는 수많은 양형 요소 중 하나일 뿐이지만 판결에 반영할 사안이 있는지는 검토하게 된다”라고 재판부에서 말했기 때문이죠.
🙏🏻 가해자를 용서한다는 피해자의 탄원서라면?
그렇다면 어떤 탄원서를 제출해야 효력을 기대해 볼 수 있을까요?
피해자가 제출한 탄원서라면 재판에 상대적으로 큰 영향을 미칩니다. 피해자의 탄원서는 보통 두 가지인데, 가해자가 저지른 죄에 대하여 엄히 처벌해달라는 내용과 가해자를 용서하니 재판에 고려해달라는 내용이죠.
탄원서 대부분은 가해자를 엄하게 벌해달라는 내용입니다. 하지만 오히려 가해자를 용서한다는 내용일 경우에는 효과를 발휘할 수 있습니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가해자가 잘못은 했으나 자신의 죄를 반성하고 있고 피해회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내용을 피해자가 탄원서에 담아주면 유리한 양형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특정 강력 범죄에 관한 주요 양형 기준은 세부적으로 마련되어 있지만, 그 외 단순 범죄는 아직 양형의 표준에 관한 일반적 지침을 통해 결정하고 있습니다.
양형의 표준이라 함은 범인의 나이, 성행, 지능, 환경, 피해자와의 관계,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 정황 등이 해당하는데요.
이 중 사건의 당사자이자 가장 큰 피해를 본 피해자가 피고인과 원만히 합의하고 선처를 바란다는 내용을 담아 제출한 탄원서라면 재판부도 절대 이를 간과할 수 없습니다.
⭕효과 있는 탄원서, ❌효과 없는 탄원서
탄원서를 보고 수사나 재판과정에서 나타나지 않은 사정을 파악하는 예도 있습니다. 탄원서에 검사나 변호인이 판사에게 미처 전달하지 못했던 이야기가 담겨있다면, 그래서 판사가 그 부분을 고려한다면 양형에 도움이 되기도 하죠.
또한, 탄원서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바로 ‘탄원 이유’입니다. 단지 인정에만 호소하는 감정적 탄원서 내용만으로는 양형의 결정에 참작이 어렵습니다.
정상참작을 바라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객관적 증빙자료를 토대로, 피고인이 왜 선처를 받아야만 하는지 그 이유를 담아 설득력 있게 글을 작성해야 합니다.
하지만 탄원서의 취지만 위에 적은 후 그 아래 많은 인원의 서명을 받아 제출하는 방식으로 작성하는 탄원서는 효과가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누군가 대필해주었거나 형식적인 내용만을 반복하여 탄원서를 작성 및 제출한다면 이 역시도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물론 탄원서를 작성하지 못했다고 해서 불이익은 없습니다. 탄원서를 넣는 이유는 단 1%라도 양형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상황을 만들고자 함입니다.
탄원서의 공식적인 법적 효력은 없지만 그럼에도 피의자 처지에서는 피의자가 할 수 있는 온갖 노력을 해야 하기에 탄원서를 제출하는 것이죠. 결론적으로 탄원서가 양형 요소 중 하나라는 사실만으로 형사소송 피의자가 탄원서를 작성하는 이유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