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로 바로가기

알바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보이스피싱 현금 수거책

By 엔케이 법률사무소

 

우리 형법은 ‘무죄 추정의 원칙’을 따릅니다. 구체적이고 명확한 범죄 증거가 없는 한 피고인에 대해서는 ‘무죄’로 추정해야 한다는 원칙이죠.

그래서 수사 기관은 피고인의 ‘명백한’ 증거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변호인은 그러한 증거가 없거나 효력이 부족하다는 점을 입증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 고의가 아님을 입증해야 하는 범죄

그런데 적극적으로 자신의 범행이 고의가 아니었음을 입증해야 하는 범죄가 있습니다. 바로 ‘보이스피싱 현금 수거책’입니다. 한번 사례를 살펴볼까요?

 

A 씨는 인터넷에서 ‘고액 알바 모집’이라는 홍보 게시글을 보고 B 회사에 연락했습니다. B 회사에서는 ‘대출 관련 현금 수거 아르바이트’라는 명목으로, A 씨의 계좌에 8천만 원이 입금될 거라고 했습니다. 그 돈을 다시 B 회사 계좌로 입금만 하면 된다고 했죠.

A 씨는 B 회사가 시키는 대로 했습니다. 8천만 원이 2회차에 걸쳐 입금됐고, A 씨는 그 돈을 다시 B 회사에 보냈죠. 하지만 이는 ‘보이스피싱 사기’였습니다. A 씨는 졸지에 피해자의 돈 8천만 원을 수거한 ‘현금 수거책’이 되었습니다.

 

여기서 법리적 쟁점이 되는 부분은 바로 ‘A 씨는 보이스피싱 범죄임을 알았는가?’입니다. 만약 (고의가 아니더라도) A 씨가 보이스피싱 범죄임을 알았다면 현금 수거책 혐의가 인정되고, 그렇지 않으면 무죄가 선고됩니다.

이처럼 보이스피싱 현금 수거책은 ‘자신의 범행이 고의가 아님을 적극적으로 증명’해야 합니다.

 

🚨 보이스피싱 현금 수거책, 어떤 처벌을 받나

그렇다면 보이스피싱 현금 수거책은 어떠한 처벌을 받을까요? 고의인지 아닌지 확실하게 결론 내리기도 어려운데, 과연 심한 처벌을 내릴까요?

“상황에 따라 심각한 처벌도 가능하다”가 이 질문에 대한 답입니다. 보이스피싱 범죄는 크게 ‘사기죄’와 ‘사기방조죄’로 처벌 받을 수 있는데요. 둘 다 처벌 수위는 상당히 높은 편입니다.

우선, 사기죄는 형법에 따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만약 사기 액수가 크다면 ‘특정경제가중처벌법’에 의해 가중처벌을 받습니다.

사기방조죄는 사기죄보다는 감경이 되는 편이나, 역시 사기 액수가 크다면 감경된 처벌 수위조차 세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또, 상황이나 본인의 행동에 따라 문서위조죄나 위조문서행사죄 혐의까지 적용될 수 있고, 만약 카드나 통장, 신분증 등 전자금융거래에 이용될 만한 것을 전달했을 경우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를 적용 받습니다.

그러므로 경우에 따라서는 ‘사기죄+문서위조죄+전자금융거래법 위반’까지 모두 묶여, 생각지도 못한 어마어마한 형량을 선고 받을 수도 있습니다. ‘나는 잘 몰랐다.’, ‘그렇게 심한 범행일 줄은 몰랐다’고 하더라도 말이죠.

현재 평균적으로 검찰이 보이스피싱 현금 수거책에게 구형하는 형량은 징역 5년 이상입니다. 피해자와 합의하지 못했다면 실제 법원에서는 대략 징역 2년 전후의 실형 판결이 내려집니다.

만약 사기 액수가 억대를 넘어갈 경우, 3년 이상의 실형을 살 수도 있습니다. 보이스피싱 현금 수거책의 처벌이 결코 낮지 않음을 분명히 인지해야 합니다.

 

💸 현금 수거책이었지만 무죄? 감경의 요인들

현금 수거책이었지만 드물게 무죄가 나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범행에 대한 ‘미필적 고의’조차 없는 경우인데요. 즉, 보이스피싱 현금 수거 행위가 정말로 범행이 아님을, 진실로 믿은 상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가령 북한이탈주민 C 씨의 경우 세상 물정에 어두웠다는 이유로 무죄가 선고되었습니다. 또, D 씨의 경우, 단순 채권 추심 업무로 알았음을 일관되게 진술했고, 보이스피싱 조직원과 주고받은 메시지에서도 보이스피싱을 암시하는 내용이 없었기에 무죄가 선고되었습니다.

이처럼 범죄임을 의심하기 어려운 상황이거나 특수한 사정이 있다면 무죄가 선고되기도 합니다. 다만 이를 ‘입증’하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죠.

E 씨의 경우, 보이스피싱 범행임을 몰랐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피고인이 범행 당시 만 18세 미성년자고 사회 경험이 없었지만 여러 사정을 종합하면 범행을 인지했을 것”이라며 징역 1년을 선고 받았습니다.

 

‘고액알바’라는 말에 속아 자칫하면 고액 사기 범죄자가 될 수 있습니다. 몰랐다는 말은 변명에 불과하며, 몰랐음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노력과 수고가 필요합니다.

그러니 차라리 그러한 유혹에 넘어가지 않는 게 최선이겠죠. “easy come, easy go.”라는 말처럼, 한순간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도록 조심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