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 접촉이 없었는데 폭행죄로 고소?
By 엔케이 법률사무소
그런 말이 있습니다.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하지 않았다.” 이는 모 연예인이 음주운전으로 수사를 받는 와중에 변명으로 한 말인데, 굉장히 모순적인 느낌이라 일반 대중들 사이에도 널리 알려졌죠.
그런데 이 말은 어떨까요. “신체 접촉은 없었는데 폭행죄다.” 언뜻 보면 모순적으로 들립니다. ‘폭행’이라는 말을 들으면 주먹이나 발길질이 오갔을 거란 생각이 드는데, 신체 접촉이 없었다니. 말이 되나 싶기도 합니다.
📌 형법과 대법원 판례는 어떻게 규정하는가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형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폭행의 개념 뿐만 아니라 대법원 판례를 알아야 합니다. 먼저, 형법에서는 폭행에 대해 아래와 같이 규정하고 있습니다.
정의 | 범위 | 예시 |
사람, 물건 등 대상을 불문한
일체의 유형력 행사. |
가장 넓음(최광의) | 내란죄, 소요죄, 다중불해산죄 등 |
사람에 대한 직접·간접의
유형력 행사. |
넓음(광의) | 공무집행방해죄, 특수도주죄, 강요죄 등 |
사람의 신체에 대한
유형력 행사. |
좁음(협의) | 폭행죄, 특수폭행죄, 특수공무원폭행죄 등 |
이것만 봐서는 ‘신체 접촉 없는 폭행’이 성립하기 어려워 보이는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대법원 판례를 참고할 경우 ‘신체 접촉 없는 폭행’도 성립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죠.
가령, 가장 최근의 대법원 판결인 2016도 9302 판결에 의하면, “폭행이란 (중략) 반드시 피해자의 신체에 접촉함을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고, 그 불법성은 행위의 목적과 의도, 행위 당시의 정황, 행위의 태양과 종류, 피해자에게 주는 고통의 유무와 정도 등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라고 고시하고 있습니다.
즉, 꼭 사람의 신체에 폭행을 가한 게 아니더라도 ‘폭행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 어떤 경우가 여기에 해당되는가
그러면 어떤 경우가 여기에 해당되는지 한번 구체적인 사례를 살펴볼까요? 가장 흔하게 벌어질 수 있는 일은 ‘운전 중 시비’입니다.
운전을 하는데 앞에 차가 갑자기 칼치기를 하며 들어옵니다. 화가 난 마음에 크락션을 마구 울립니다. 그러자 앞차가 급정거를 하듯 멈춰 서죠. ‘뭐야, 해 보자는 거야?’ 라며 차에서 내려 앞 차로 갑니다.
팔에 있는 문신을 보여주며 “운전 그 따위로 하다가 죽을 줄 알아!”와 같은 폭언을 합니다. 덕분에 기분은 좀 좋아졌는데, 얼마 뒤 ‘폭행죄’로 고소장을 받습니다.
어디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운전 중 시비 사례. 일단 아무런 신체 접촉이 없었던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법(특정범죄가중처벌에관한법률)에서는 운전자폭행죄에 신체적 폭행 외에 ‘언어적 협박’도 범죄의 구성요소로 두고 있습니다.
즉, 실제 폭행이 없었어도 얼마든지 폭행죄로 처벌 받을 수 있습니다.
심지어 어떤 사례에서는 ‘커피잔이 튀었다’는 이유로 폭행죄가 성립되기도 했습니다. 회사 임원이 화가 난 나머지 탁자를 ‘탁!’ 치자 커피잔이 넘어지며 안에 있던 커피가 직원에게 튀었고, 이것이 폭행죄로 인정된 사례입니다. 이외에도 담배 연기를 뿜거나 물을 뿌렸다는 이유로 폭행죄가 성립된 경우도 있습니다.
👊🏻 폭행 = ‘유형력의 행사’
폭행의 정의 중 ‘최광의’ 즉 가장 넓은 범위를 잘 알아두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최광의’ 폭행의 정의는 사람+사물에 대한 유형력의 행사이죠. 즉, 사물이든 사람이든 나의 폭력적 행위가 타인에게 유형력 곧 직·간접적인 영향력을 미치면 폭행이라는 뜻입니다.
당연히 이는 몇 가지 억울한 사례들을 낳기도 합니다. 앞서 예시로 든 ‘커피잔 폭행’의 경우가 대표적이죠. 그저 화가 나서 책상을 쳤을 뿐인데 물건이 넘어지면서 타인에게 피해를 입혔다고 ‘폭행죄’라니, 좀 억울한 면이 있죠. (사실 이런 경우 대부분은 그냥 넘어가긴 하지만요)
따라서 만약 폭행죄와 관련하여 억울한 일을 당하셨다면 법률 전문가를 찾으셔야 합니다. 법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같은 행위라도 폭행죄가 될 수도, 안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상대방이 폭행죄로 고소했다면 ‘폭행’의 여지가 분명 있긴 있는 것이니, 변호사와 함께 최대한 신속하고 정확하게 대응하시는 것을 추천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