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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무고 증명을 위한 녹음(녹취) 불법이다?

By 엔케이 법률사무소

최근 시민들뿐 아니라 정치계, 법조계에서 이슈가 된 법안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동의 없는 통화 녹음을 처벌하는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이죠.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일방의 사생활의 자유 또는 통신 비밀의 자유와 헌법에 보장되고 있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의 일부인 음성권 침해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있다.”라며 해당 법안을 발의한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 현행 통신비밀보호법은 어떠한가

현행 통신비밀보호법(통비법)에 의하면 ‘당사자 간 1:1 대화 녹음’은 합법입니다. 설령 상대방이 동의하든, 동의하지 않든 상관없습니다. 다만 공개되지 않은 타인의 대화를 녹음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어, 제3자가 다른 사람들의 대화를 녹음할 경우는 불법에 해당하죠.

반면 윤상현 의원이 제기한 통비법 개정안 ‘(동의 없는) 당사자 간 1:1 대화 녹음’도 불법으로 규정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정확히는 ‘대화 참여자는 대화 상대 모두의 동의 없이 대화를 녹음할 수 없다’는 내용을 통비법에 추가했습니다. 이러한 개정 법안이 통과되면, 당사자 모두의 동의 없는 1:1 대화 녹음도 불법이 됩니다.

여기에 더해 상당히 강력한 처벌 규정도 추가했는데요. 만약 이를 어긴 경우 ‘최대 10년의 징역 및 5년 자격 정지’에 처하는 처벌을 받게 됩니다.

 

 

 

🤔 과연 합리적인 법안인가

그러나 법조계와 일반 시민들은 한결같이 반대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동의 없는 통화 녹음’이 헌법적인 가치를 특별히 위배하지도 않으며, 일률적으로 금지하는 건 오히려 비합리적이라는 이유입니다.

특히, 직장 내 갑질 문제나 직장 내 괴롭힘, 성범죄나 성범죄 무고 사건 등에서는 대화 및 통화 녹음이 증거로서 효력을 발휘하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성범죄나 성범죄 무고 사건의 경우 통화 녹음은 몇 안 되는 ‘재판 증거’ 중 하나인데요. 이러한 재판 증거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수사 기관뿐만 아니라 재판에서도 애로가 생길 수 있죠.

실제로 해외의 사례를 참고해 보면, 적지 않은 국가들이 대화 녹음을 ‘합법’으로 인정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일본이나 영국은 한국과 유사하게 ‘상대방의 동의 없는 통화 녹음은 합법, 제3자에게 공유하는 것은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캐나다, 스페인, 이탈리아, 스웨덴, 인도, 브라질 등도 마찬가지로 합법이고, 미국에서는 50개 주 가운데 37개 주에서 합법으로 인정하고 있죠.

다만 유럽 국가 중 사생활 보호를 중시하는 프랑스나 독일에서는 ‘동의 없는 녹음’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공익 차원에서의 녹음은 예외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 성범죄 무고 증명을 위한 통화 녹음은 불법인가

그렇다면 이제 제목에서 제기한 질문, 곧 ‘성범죄 무고 증명을 위한 통화 녹음은 불법인가’에 답할 차례가 되었습니다. 여기까지 읽은 분이라면, 아마 자신 있게 답하실 수 있을 겁니다. 정답은 “불법이 아니다.”이죠.

실제로 이와 관련한 사례가 있습니다. 남성 A 씨는 채팅앱을 통해 여성 B를 만난 뒤 함께 술자리를 가졌습니다. 이후 자연스럽게 성관계까지 갖게 되었는데요. A 씨는 그로부터 며칠 뒤 B 씨로부터 ‘강간죄’로 고소장을 받게 됩니다.

A 씨로서는 무척 억울했을 겁니다. 합의하에 가진 성관계가 돌연 강간이 되었으니까요. 게다가 당일 성관계를 했다는 증거와 B 씨의 피해 진술이 있었기에, A 씨는 피의자로서 혹독한 조사를 받게 됩니다.

이처럼 (성관계를 했다는 증거 외에) 명백한 증거가 없는 경우 대부분 피해 진술만으로 혐의가 인정될 수 있죠.

그런데 A 씨는 (현명하게도) 성관계 전후부터 진행까지 모든 대화 내용을 녹음하고 있었습니다. A 씨도 처음 만난 여성을 전적으로 신뢰하지 않았던 것이죠.

결국, 이러한 통화 녹음은 증거로 채택되었고, B 씨는 ‘성범죄 무고죄’로 실형을 살게 됩니다. A 씨의 ‘통화 녹음’ 증거가 통쾌한 효력을 발휘한 사례입니다.

✨ 합법은 최대한 이용하자

윤상현 의원이 대표 발의한 ‘통비법 개정안’은 사실 통과되기 어려워 보입니다. 입법예고 기간인 10월 5일~14일 동안 국회 입법예고 시스템 홈페이지에는 총 4만 건이 넘는 반대 의견이 달렸습니다.

입법예고 시스템에서 시민들이 4만 건이 넘는 의견을 제출한 건 매우 이례적인 일입니다.

앞서 말했듯이 법조계에서는 법안의 취지와 의도 자체에 회의적이며, 수사기관에서도 통비법 개정의 필요성을 공감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해당 법안은, 물론 아직 확신하기는 어려우나, 통과되진 않을 것 같습니다.

이는 다시 말해, 상대방의 동의 없는 통화 녹음이 계속해서 합법으로 남아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뜻입니다. 즉, 성범죄나 성범죄 무고 사건에서 여전히 증거로 채택될 확률이 높다는 것이죠.

아무리 돌다리라도 두드려 보고 건너야 합니다. 통화 녹음을 통해 성범죄나 성범죄 무고 사건의 진실이 밝혀진 일이 많았던 만큼, 앞으로도 효과적으로 이용하시길 권하는 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