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 없는 강제추행, 무죄 받을 수 있나요?
By 엔케이 법률사무소
CCTV나 증인, 물적 증거 등 ‘증거’가 확실한 성범죄가 있는가 하면, 그러한 증거가 거의 없는 성범죄가 있습니다. 이를테면 ‘성추행(강제추행)’이 그렇습니다.
피의자는 ‘몸을 움직이다가 엉덩이를 건드린 것이다’고 주장하는 반면, 피해자는 ‘엉덩이를 주물렀다’며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고 호소합니다.
재판부 입장에서는 상당히 난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CCTV나 블랙박스는 물론, 증인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니까요. 결국 재판부는 피해자 또는 피의자의 ‘진술’만 듣고 결정해야 합니다.
여기서 우리가 흔히 갖고 있는 편견 중 하나는 “재판에서는 항상 성범죄 피해자에게 유리한 판결을 내린다”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증거는 피해자의 눈물입니다.’와 같은 조롱적인 말이 만들어지기도 했죠.
정말로 증거가 없는 강제 추행은 피의자에게 불리할까요? 증거가 없는 성범죄로 고소 당했다면, 무죄 판결을 받을 수 없는 걸까요?
📢‘진술’로 판단하는 판결의 진실
일단 결론부터 말씀 드리면 성범죄 피해자의 진술만 듣고 유죄 판결을 내린다는 것은 ‘편견’에 불과합니다. 앞서 말했듯이 재판부는 ‘진술’을 듣고 판결을 내리는데, 여기에는 피해자뿐 아니라 피의자까지 포함합니다.
증거가 없는 강제추행 성범죄 사건이 일어났을 때 법원이 주목하는 지점은 가해자와 피해자의 ‘일관된 진술’ 여부입니다.
증거 없는 성범죄의 경우, 그러한 진술 이외에는 증거가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무조건 ‘무죄 추정의 원칙’으로만 판결한다면, 실제 성범죄자들을 모두 놓치는 결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일관된 진술이란 무엇인가?
그렇다면 ‘일관된 진술’이란 무엇일까요? 이는 단순히 피의자/피해자의 주장과 근거가 그럴듯한 것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피의자의 경우, ‘범죄로 보기 어렵다’는 진술에 확실한 개연성과 합리성을 갖추고 있다는 뜻입니다.
가령 A가 강제추행으로 고소를 당했는데, 당시의 상황과 심정, 평소 언행 등을 모두 참고 자료로 확보해 두었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런데 A는 강제추행이 의심되는 날짜에, 평소 타던 지하철이 아니라 다른 지하철을 이용했습니다. 그 목적은 불분명했고요.
이런 경우, “출근길에 우연히 벌어진 억울한 일”이라는 ‘진술의 일관성’이 하락하게 됩니다. ‘강제추행을 하려고 다른 루트를 이용한 것’이라고 생각할 지점이 생겨나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진술의 일관성을 확보하려면 다각도로 검토해야 합니다.
따라서 노련한 변호사의 경우 이를 역으로 이용해 피해자 진술의 일관성을 흔들기도 합니다. 예컨대 B라는 피해자가 클럽에서 성추행을 당했는데, SNS 등에서 “성폭행에 대한 자신의 로망”을 언급했다고 가정해 봅시다.
이는 “성추행을 당해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라는 B의 주장의 개연성을 떨어뜨립니다. 당연히 이 사건에서 피의자는 무죄 판결을 받을 확률이 높겠죠.
🔺성범죄 무죄 비율은 생각보다 높다
한 가지 유념할 사실이 있습니다. 경찰이 처리한 성범죄(강간, 강제추행 등) 사건 중 무혐의 의견으로 송치한 비율은 20%에 달한다는 사실입니다.
‘겨우?’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폭행 사건은 무혐의 비율이 5%에 불과하고, 전체 사건에서 무혐의 비율은 15%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성범죄 사건의 무혐의 비율은 꽤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성범죄 사건은 우리의 편견은 물론, 실제로도 피해자에게 꽤 유리한 소송인데도 불구하고 무혐의 비율이 높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성범죄 피해자의 진술이 일관되지 않는다면, 즉 개연성이나 신빙성이 떨어진다면 무혐의나 무죄가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강제추행과 같은 성범죄 사건에서 무죄 판결을 받을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는 “얼마든지 가능하다”라고 답변 드리고 싶습니다. 사실 초기 대응만 잘해도, 무죄 판결 이전에 ‘무혐의’로 송치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반대로 말하면, 초기 대응을 잘못할 경우 사건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습니다. 믿을 게 ‘진술’뿐이기 때문에, 결국 얼마나 설득력 있는 지가 사건 해결의 키워드가 되기 때문입니다.
증거 없는 강제 추행, 당해 보지 않은 얼마나 억울한 일인지 모릅니다. 진술 대 진술의 싸움이라 재판부의 입장도 난처하고요. 결국 사건의 행방은 변호인의 ‘진술 공방전’으로 판가름나게 된답니다.